김영석 교수(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

평양에서 필자는 “세계적인 핵보유국을 세워주신 김정일장군 만세” “핵보유국의 긍지를 살려 강성대국 이룩하자” 등의 구호를 보면서, 핵실험을 통해 핵보유국이 된 북한이 미국과 담판외교를 통해 동북아에서 군사강국으로 부상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느낄 수 있었다. 분단이후 60여 년 동안 큰 무력 충돌 없이 한반도에 평화가 유지되었음은 우리에게 큰 축복이지만, 남북분단은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우리의 삶을 왜곡해 왔으며 막대한 고통과 비용을 부과해 왔다.
북한은 같은 역사와 문화적 전통을 공유하였음에도 상이한 사회체제를 유지하고 있어 우리에게 가깝지만 멀고 위협이 되는 나라로 인식되어져 왔다. 이제 분단시대의 산물인 전쟁발발에 대한 공포심과 불안감, 북한에 대한 피해의식과 경계의식, 그리고 상호경쟁을 통한 인적·물적 자원의 손실 등을 정리하고 화합과 공동번영의 시대를 지나 하나의 조국을 만드는 통일의 시대로 진입해야 한다. 이를 위해 평화와 통일을 실천할 수 있는 활성화 방안을 북한의 동향과 선교적 관점에서 살펴보기로 하자. 본고는 사건의 분석과 진단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미래지향적인 대안제시에 중점을 두었음을 미리 밝힌다.

1. 북핵 이후 한반도 평화유지를 위한 방안
BDA의 기술적인 문제로 ‘2.13합의문’의 초기이행 조치가 다소 지연되고 있지만 핵문제 해결을 통한 주변 국가들과의 관계 정상화를 통해 경제적 번영을 도모하려는 북한의 속내와 대화를 통한 타협이 유리할 것이라는 정치적 판단을 내린 미국의 전략, 그리고 북한의 핵보유 그 자체 보다 주변 국가들의 핵 확산을 더 크게 우려하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의 이해관계가 상통하고 있기 때문에 초기조치 이행과정에 대해 비관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미국이 주도해온 회담방식에서 탈피하여 회담에서 국제기구와 남한정부의 참여와 역할을 강화하면서, 외국에 의존하고 있는 핵실험 탐지시스템의 신속한 보유와 핵문제 해결을 위한 전문 인력과 전문시스템을 배양해야 한다. 민간단체의 대북지원 활동은 지속적으로 추진하되 정부차원의 지원은 여론을 반영하거나 약속이행과 병행된 지원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대북지원 방식에서도 관 주도 민간인 협력방식 보다는 민간인 주도 관 협력 방식이 효율적이라 사료되며, 군사적 용도로 전용이 용이한 현물지원 보다는 사회 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자재나 기술지원이 바람직할 것이다.

2. 김정일 통치체제 이후 북한의 정치체제에 대한 전망
김일성 사후 많은 북한전문가들이 김정일체제가 조기 붕괴될 것이라 예견했지만, 김정일체제는 반대세력이나 대안세력 없이 여전히 건재하다. 김일성 사후 사라질 것이라 예상했던 김일성가계의 우상정책과 주체사상(김일성주의) 역시 북한주민의 사상과 행동을 지배하는 통치이데올로기로 자리 잡고 있다. 이는 일본의 천황제와 같이 수령이라는 신격화된 인간의 존재가 북한주민의 삶을 일방적으로 통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에서는 신격화된 김일성 부자의 말 한마디가 법으로 간주되고 있기 때문에 반대세력이 등장할 수 있는 확률은 다소 희박하리라 생각된다. 무엇보다 주체사상과 수령제에 대응하는 분명한 신학적·이론적 연구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북한에서 후계자의 요건으로는 수령에 대한 충실성(계속혁명론), 비범한 사상과 이론적 예지 그리고 뛰어난 영도력, 절대적 권위와 위신보유, 세대교체론에 의해 김정일 다음세대에 속한 인물 등이다. 따라서 김정일 이후 후계자 역시 가까운 가족 중에 지명될 확률이 높으며, 만약 제3의 인물을 지명하는 경우는 가족들이 정치적 격변에 휘말려 희생되기 보다는 비밀계좌에 있는 돈으로 안정적인 삶을 살기 원하는 인간적인 이유에서의 결정일 것이다.

3. 북한의 경제 개방정책에 대한 전망
북한경제는 총체적인 공급부족, 식량난, 에너지난, 원자재난을 겪고 있다.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모기장식 경제개방을 허용하고 있지만, 이기주의니 황색바람이라 하여 여전히 경제개방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배급제의 대안으로 허용되고 있는 장마당, 시장, 간이매대 방식이 가시적 효과를 거두고 있기 때문에 북한정부는 결국 개방정책을 확대해 실시하게 될 것이다.
장마당은 아래로 부터의 자본주의화를 의미하고 북한에서도 시장경제의 시스템이 운용되고 있음을 입증하고 있으며, 북한주민들이 돈을 벌면서 배급없이도 살수 있겠다는 의식구조로 점차 변화하고 있다. 필자도 북한의 장마당과 시장에서 외국에서 들여온 수입품을 종종 발견할 수 있었고 대한민국이라는 글씨가 선명한 쌀자루를 자전거에 실고 이동하는 북한주민들을 수십 명 목격하였다. 또한 국경지역에서는 연변가요라는 제목으로 남한가요가 애창곡으로 불리어지고 있으며, 중국에서 제작한 한류영상물들이 불법적으로 유통되고 있다고 한다. 종합시장에서는 군수품을 제외한 생필품과 공산품까지 구입이 가능하며 외국물건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고 한다. 따라서 북한정부는 실용주의적 원칙에 입각하여 시장경제를 활성화하면서, 금강산이나 개성공단과 같은 특구정책을 여러 지역으로 확대 추진하리라 예상되며 외국과의 경제협력도 급속히 확대되리라 전망된다.

4. 평화와 통일을 위한 그리스도인의 역할
북한선교가 일반적으로 북한주민들의 배고픔을 덜어주는 인도적 사역을 감당하고 있지만, 궁극적인 목표는 북한주민들의 영혼구원과 통일운동에 기여하는데 있다고 본다. 최근 개방의 흐름이 폐쇄적이던 북한사회의 문을 열고 있어 북한 사회체제가 근본에서부터 서서히 변화를 시작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우리는 효율적인 북한선교를 감당하기 위해 선교정책 및 전략을 준비해야 한다.
첫째로 국제적인 북한연구 활동을 해야 한다. 북한연구는 북한선교를 위한 필수 조건이라고 생각한다. 북한사회는 고도의 폐쇄성을 지니고 있기에 우리는 북한의 언어, 문화, 정치제도, 행정 체제, 권력 구조, 경제 수준, 군사 역량, 교육 제도, 기술 수준, 의식구조, 종교 현황 등 다양한 정보를 알아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각 학교에 있는 북한선교학과와 북한선교연구소는 북한연구 활동을 위해 매우 중요한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둘째로 물질적 지원뿐만 아니라 문화, 경제교류를 활성화해야 한다. 종교단체를 통한 학문 및 스포츠의 교류를 확대하는 일에 기여해야 한다. 식량 지원, 약품 지원, 농기구 지원 차원의 단순교류를 뛰어 넘는 통일마을 조성, 취업용 공장 건설, 영농 기술 및 우수종자 전달 등 다양한 교류형태로 발전시키는 데 기여해야 한다.
셋째로 북한과의 관계개선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지금까지 북한의 인권문제에 대해서는 다소 침묵을 지켜왔다. 우리는 북한의 종교탄압 사례와 탈북동포 강제송환에 대해 분명한 우리의 의사를 전달해야 하며 탈북동포들의 복지를 위해서도 노력해야 한다. 탈북동포들은 죽음을 무릅쓰고 남한으로 귀순한 자유 이주민으로서 우리와 피를 나눈 동포이며, 우리가 우선적으로 섬겨야 할 가장 가까운 사마리아인들이다. 따라서 탈북동포들의 생활정책과 신변보장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한국교회가 노력해야 하며, 경제적·정신적으로 남한생활 적응에 어려운 탈북동포들에 대한 사랑의 실천 운동을 전개해야 한다.
끝으로 핵문제의 신속한 해결과 남북한 민족에게 용서와 화해를 촉구하는 기도문 선포, 남북한 통일교육 매뉴얼 제작과 정기적인 통일행사의 활성화, 민간차원의 문화적 교류 확대를 통한 민족화해를 도모하는데 앞장서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향후 북한사회는 급속한 정치체제의 변화를 기대하기는 힘들고,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빠르게 경제개방 정책을 추진하리라 예상된다. 지금까지 절대 권력으로 자리 잡고 있던 주체사상도 서서히 힘을 잃게 될 것이며 북한주민과의 만남도 빈번해지며 다양해 질것이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기독교인들은 북한선교와 통일운동 증진에 크게 기여하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