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절할 수 없는 하나님의 부르심

‘선교에는 실패가 없다!’ 최도영 선교사를 선교사로 부르신 하나님의 음성이다. 칼빈신학교를 졸업 후 선교와 공부 사이에서 갈등했던 최도영 선교사는 “결국 하나님은 하나님의 방법으로 나를 선교사의 길로 인도하셨습니다”라고 고백했다.
2001년 바울선교회와 SIM선교회로부터 파송된 최도영 선교사와 그의 아내 이경옥 사모, 그리고 민주(현재 10살)와 예주(9살)는 14년의 내전으로 찢겨진 서부 아프리카의 라이베리아에서 5년의 사역을 마치고 현재 안식년을 보내기 위해 한국에 머물고 있다. 최도영 선교사는 내년 초에 다시 사역지로 돌아가기 위해 현재 분주하게 사역준비를 하고 있다. 영어와 선교학을 더 깊게 공부할 필요를 느낀다고 말하는 그는 선교를 준비하는 젊은 청년들에게 꼭 영어를 비롯해서 어학공부를 열심히 준비하라고 당부했다. “사역지에서 만난 한국선교사들 모두 선교사로서의 소양과 실력, 그리고 복음에 대한 열정은 어느 다른 나라의 선교사들과 비교해도 전혀 뒤떨어지지 않아요. 자랑스럽습니다. 다만 아직도 선교의 주도권이 서구세계에 있는 것은 우리가 상대적으로 언어훈련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최도영 선교사는 한 때 팀을 총 지휘하는 디렉터를 맡을 정도로 이미 현지에서 동료 선교사들로부터 그 능력을 인정받고 있지만 부족한 언어실력 때문에 자존심이 상하는 일도 무척 많았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다만 한국의 많은 선교사들의 활약을 칭찬하면서 미래 세계선교의 중심에 한국이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자주 갖는다고 이야기한다.

선교로의 초대

“20대 초반, 저는 선교에 대한 상반된 두 가지 이미지를 갖게 되었습니다. 하나는 복음을 아는 자라면 선교는 마땅히 해야만 한다는 선교의 당위성, 그리고 다른 하나는 그렇지만 선교는 ‘나 같은 평범한 사람이 아닌’ 교회에 오셔서 선교보고를 하시는 선교사님들처럼 ‘특별한 사람들만 할 수 있는’ 것, 이런 갈등이 제 안에 있었습니다.” 선교사의 삶을 살고 싶었지만 그러나 선교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주저해야 했던 최도영 선교사는 하나님의 섭리로 칼빈신학교에서 신학을 공부할 수 있었으며 교회에서 전도사로 사역할 수 있는 기회도 가졌었다. 그러나 2000년 학교를 졸업하면서 사역하던 교회도 같이 사임을 했다. 더 신학을 깊이 있게 공부하고 싶은 열망이 그 안에 있었던 것이다.
“선교와 공부 가운데서 치열하게 갈등하고 있는 와중에 바울선교회에서 당시 제가 몸담고 있었던 한국 제자훈련원에 요청이 왔습니다. 바울선교회에서 운영하는 필리핀 현지 선교훈련 첫 주에 수련회를 가지는데 찬양인도를 부탁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그 중임을 맡게 되었고 필리핀으로 날아가 그들과 수련회를 가지면서 제안에 남아있었던 선교에 대한 하나님의 부르심이 다시 꿈틀거리는 것을 느꼈습니다. 젊은 청년들은 물론이고 나이 많은 분들 역시 자신들의 모든 권리들을 포기하고 선교로 즐거이 헌신하는 모습을 보고 저들이 누리는 저 즐거움이야 말로 선교의 참 모습이라는 확신이 제 안에 생겼습니다.”
수련회를 마치고 한국에 돌아온 최도영 선교사는 마음에 큰 부담을 안고 갈등 속에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가족들과 함께 잠을 청했는데 아이들이 심심했는지 라디오를 켰다. 마침 한 기독교 방송국으로 부터 설교말씀이 흘러나왔다. 요한복음 4장을 주제로 설교가 진행되는 도중, ‘여러분, 선교에는 실패가 없습니다!’ 설교자의 이 한마디가 강하게 최도영 선교사의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 말이 끝난 동시에 아내와 제가 얼굴을 돌려 바라보면서 더 이상 고민하지 않고 선교사로 나가자고 다짐했습니다. 그날 밤 얼마나 서로 기도하면서 하나님 앞에 울었는지 몰라요. 그동안 고집부리면서 제 사명을 피했던 것을 회개하고 또 앞으로 펼쳐질 선교사의 삶에 내려질 축복에 대해 감사하는 기도를 드렸습니다.”

라이베리아에서의 삶

2001년, 가족들과 함께 라이베리아에 도착한 최도영 선교사는 내전으로 인해서 6주 만에 아이보리코스트로 피난을 가야했다. 라아베리아 내전의 마지막 부분의 모습을 생생하게 두 눈으로 목격한 그는 현지의 황폐해진 국토와 피난민들, 전쟁고아들의 참상을 지켜보면서 한국전쟁의 모습도 저러했으리라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교회들은 완전히 무너졌고 사방에 전쟁난민들이 넘쳐났다. 그리고 라이베리아 사람들을 돕던 선교사들도 모두 본국으로 돌아가거나 인근의 국가들로 사역지를 옮겼다. 최 선교사는 그 때를 기억하면서 항상 현지인들에게 “영원히 너희를 도와줄 수 있는 선교사는 없다. 독립심을 가져라. 하나님만을 의지해라! 하나님은 선교사가 아니라 바로 너희를 통해서 일하기를 원하신다.”라고 말하면서 독려를 한다고 한다. 그는 “저도 언젠가는 라이베리아를 떠날 수 있자나요. 그렇게 되었을 때 만약에 라이베리아 교회가 독립할 수 없다면 그것은 하나님께서 저에게 주신 사명을 온전히 수행하지 못한 것이라고 생각해요”라고 말하며 현지 교회 리더들을 양육하는 일을 계속해 나갈 것을 다짐했다. 다행히 내전 속에서도 조국을 지키며 가정교회를 형성했던 몇몇 현지 교회리더들이 남아있었다. 이들을 주축으로 라이베리아 교단과 협력해서 20명의 목회자를 훈련시키고 있다. 또한 라이베리아 밀림 지역 안에 있는 교회지도자들을 초청해서 정기적으로 3박 4일의 일정으로 합숙훈련을 시키는 일도 하고 있다. 전쟁으로 인해서 배움의 기회를 놓친 어린아이들과 청년들이 많기 때문에 그의 아내 이경옥 사모는 문맹퇴치를 위해서 젊은 여자 청년들과 아이들에게 글을 가르쳐 주는 일을 하고 있다.

부족 주술사의 회심

선교지에서의 삶이 물론 고단한 일이지만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막막한 삶은 아니라고 최 선교사는 힘주어 이야기한다. 오히려 하나님께서 일하시는 모습들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는 축복의 자리라고 말하는 그의 모습에 자부심마저 느껴진다.
“어느 달과 마찬가지로 3박 4일의 일정으로 현지인들에게 신학을 가르치기 위해 동료 선교사들과 밀림으로 들어가서 예배를 드리기 위해 부족민들을 상대로 설교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맨 앞자리에 앉은 한 노인이 기쁨에 취해서 시종일관 춤을 추면서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기도를 하는 것이 보였습니다. 무척 의아했지만 예배시간에 공개적으로 지적하면 무안할 거 같아서 그냥 예배를 진행했습니다. 3박 4일의 일정이 끝나고 부족민을 떠나 본부로 돌아오는 동료 선교사가 바로 그 노인이 그 부족의 주술사라고 알려줬습니다. 그리고 그날 바로 복음을 듣고 예수님을 영접하는 회심의 역사가 일어난 것임을 말해줬습니다. 덕분에 이제 그 마을의 부족민들은 모두 예수님을 영접했습니다. 아프리카에서는 부족의 주술사의 영향력이 굉장하기 때문에 이런 형태의 집단 회심이 매우 빈번하게 일어납니다.”

서부 아프리카 복음화를 위한 전진기지

최도영 선교사 역시 라이베리아를 오기 전에 아프리카 국가들에 대한 선입견이 있었다고 고백한다. “아프리카하면 당연하게 떠오르는 이미지들이 있지 않습니까? 동물의 왕국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서 볼 수 있는 야생동물들과 넓게 펼쳐진 사바나초원, 그리고 사하라 등……. 그리고 또 다른 모습은 에이즈, 내전, 기근, 부정부패 같은 좋지 않은 모습들이죠. 즉 선교하러 가기 힘든 나라라는 부정적인 생각입니다. 그러나 라이베리아에 파송 받아 5년이란 기간을 그곳에서 보내면서 그것은 굴절된 잘못된 시각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곳에도 도시가 있고 우리와 똑같은 사람들이 기쁨과 슬픔을 나누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물론 한국만큼 사회가 발달되지 않아 전기를 사용하는 것도 자유롭지 않지만 그 반대로 그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다른 종류의 기쁨들 역시 존재합니다.”
라이베리아는 서부 아프리카에 있는 세네갈, 토고, 아이보리코스트 등 다른 국가들과 달리 아직 무슬림 세력이 사회 깊숙이 침투하지 못했다. 긴 내전으로 인해서 무슬림들도 미처 라이베리아에는 세력을 형성하지 못한 것이 그 이유라고 할 수 있겠다. 최도영 선교사는 이것이 바로 하나님의 특별하신 계획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는 라이베리아의 복음화를 통해 주변의 무슬림 아프리카 국가들에게 복음을 전한다는 꿈을 가지고 있다.
“내전이 끝나고 민병대 등이 소지하고 있는 총기를 반환하면서 무슬림과 기독교사이에 소요사태가 일어나기도 했으며, 이제 나라가 안정을 찾자 무슬림들이 막대한 자금력을 가지고 서서히 라이베리아에도 발을 들여놓고 있습니다. 이것에 대항할 수 있게 더 많은 사역자들의 헌신과 기도가 필요합니다.”
선교는 특별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특별한 일이라고 생각했던 최도영 선교사. 그러나 최 선교사는 하나님께서는 자신과 같이 평범한 사람들을 부르셔서 평범한 삶을 평범한 사람들과 보내는 것을 결코 평범하게 보지 않으시며 이일을 통해 특별한 선교의 역사를 이어가신다고 담담하게 고백한다.
“물론 한국에 있는 것보다는 어려운 점이 많지요. 그러나 요한계시록 3장에 주님께서 약속하신 것처럼 세상의 그 어떤 난관도 하나님께서 여시면 열리 것이고 주님께서 닫으시면 그 어떤 문도 닫힐 것입니다. 끊임없이 저와 제 가정을 격려해주시고 말씀으로 축복을 주시는 하나님이 저와 제 가정 뒤에 계시기 때문에 저는 선교사로서의 제 삶이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