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위치 : HOME > 선교정보보기  작성자    첨부파일      자료구분    작성일  2003-10-07  제목  <선교하는 단체> 우거지 국밥의 사랑, 대학로 선교회  주제어키워드  선교하는 단체  국가    자료출처    성경본문    조회수  6356  추천수  11 몇일 동안 비가 내려 흐린 하늘이었는데 오랜 만에 파란 하늘이 들뜨게 한다. 한성대 역 근처에 위치한 대학로 선교회 사무실은 흔한 간판 하나 없어 주위 식당 건물먼저 찾아보아야만 했다. 10 평 남짓한 사무실에는 윤 목사의 작은 책상 하나와 커다란 밥솥들, 차곡차곡 쌓아놓은 쌀가마들, 수북이 쌓인 그릇들... 보아하니 사무실보다 주방의 용도가 훨씬 유용해 보인다. 기자를 반기며 손수 만들어 주신 아이스티로 목을 축이며 노숙자 선교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대학로 거리. 오후 5시가 다 되어갈 무렵. 소주잔을 기울이며 노래를 부르는 사람, 공원 벤치 여기 저기 옮기며 누워 자다가 몇 일째 배고픔에 허덕여 급히 달려 나온 사람들도 있을게다. 200여 명은 될 듯하다. 마로니에 공원 한켠에는 어느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얌전히 한 줄로 서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정확히 5시. 봉고차 한 대와 승용차 한 대가 멈춰섰다. 준비해 온 음식들을 밖으로 꺼내고 윤 목사는 어느 때와 다름없이 “안녕하세요"라고 목청을 높이며 인사를 한다. 그리고 다함께 기도를 드리고 나면 배식이 바로 이어지는데 그때부터 자원 봉사자들의 손이 바빠지기 시작한다. 오늘의 메뉴는 대학로 선교회의 자랑이자 유일한 메뉴이기도 한 노숙 보양탕인 우거지 국밥과 디저트로 따뜻한 커피 한 잔. 먼저 그릇에 넉넉히 밥을 푸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우거지 국을 한 국자 넣어주고 그 위에 깍두기를 조금씩 얹어주는 식이다. 그야말로 영양만점인 노숙 보양탕인 셈이다. 배식은 불과 40 여 분만에 끝난다. 주변 정리와 청소를 하고 사무실로 돌아가면 6시. 그때부터 설거지를 하고 6시 반에서 7시가 되면 이들의 하루 일정은 모두 끝이 난다. 노숙자들과 함께 그는 원래 노숙자들에게는 관심이 없었다. 건국대 축산업과를 졸업하고 목장에서 소를 키우던 목장장이었다. 그리고 늦은 나이에 신학을 공부하여 목사가 되었다. 삼호 교회 부목사로 10년을 재직하고 98년부터 1년 동안 안식년을 보내면서 새로운 미래에 대해, 비전에 대해 고민하고 있던 때, 그는 자주 대학로 거리를 다니곤 했다. 그 때 마침 유난히 노숙자들이 그의 눈에 띄었다고 전한다. “49년 동안 하나님 은혜로 많은 축복을 받고 좋은 곳에 항상 있게 하셨습니다. 하루는 주님이 제게 ‘저렇게 소외되는 사람들 사이에 서 있을 생각은 없느냐’ 라고 말씀하시는 것 같았어요.” 그는 노숙자들을 위해 일을 해야겠다는 다짐을 했지만 막상 1년이 다 되 가도록 실행이 되지 않았다. 그러던 99년 6월 1일. 망설임 끝에 집에서 밥과 국을 만들어서 거리로 나섰다. 하지만 불과 몇 개월이 지나서 서서히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집안 여기 저기 널부러진 그릇들, 술에 취해 행패를 부리는 노숙자들 때문에 종로 경찰서와 구청, 공원 관리소에서 많이 반대하고 문득 냉소적인 시각을 가진 노숙자들의 차갑게 던지는 말 한 마디가 힘들게 했다. “배식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마루에서 잠깐 선잠이 들었는데 꿈속에서 자신이 노숙자 발을 씻겨주고 있었습니다. 어느 발 앞에 가서 앉았는데 그 발이 예수님의 발이었어요. 제 자신의 처지가 너무나 처량하여 흐느껴 울고 있었는데 그때 예수님께서 따뜻하게 품어 안아주시는 거예요. 그 꿈이 아직까지도 너무나 선명하게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앞으로도 잊지 못할 것 같구요.” 꿈속에서 보여주신 주님의 사랑이 노숙자를 더욱 감싸 안고 정진하라는 메시지로 받아드려 흔들림 없이 노숙자들을 위해 책임감을 가지고 지금까지 봉사를 하고 있다. 윤 목사는 ‘자신에게 봉사할 기회를 준 노숙자들에게 감사한 마음뿐이라며 그들이 있음으로 지금의 자신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그렇게 감사한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고 고백한다. 또 감사한 건 혼자서 하기는 힘들다는 것을 아시고 자꾸만 주위에 자원 봉사자들의 따뜻한 손길을 붙여주신다는 것이다. 어떤 이는 김치를, 또 어떤 이는 고기를 대주는 등 보이지 않는 아름다운 손길들이 함께 해주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고 전한다. “하루는 배식을 하고 있는데 이렇게 배식하는 광경을 지켜보다가 제게 말을 걸더군요. 아까부터 지켜보았는데 자신도 노숙자로 살았었는데 지금은 조그마한 김치 대리점을 하고 있다면서 김치를 대주고 싶다고 하더라구요. 얼마나 고마웠던지.. 그 후로 그 분은 계속해서 일주일에 40-50kg 씩을 대주고 계세요.” 뿐만 아니라 대학 동문인 선배가 이러한 좋은 일을 한다는 사실을 알고 고기를 계속해서 대주고 있는 후배도 있다. 또한 자원 봉사자들이 요일별로 나눠서 봉사를 하고 있는데 월요일은 사모 침례교 교인들이 오고, 화요일은 보문동에 있는 보문 제일 감리 교회 부인들이 오고 수요일은 전북 여산 은혜 장로교회 교인들이 오며 목요일은 사모교회, 금요일은 작은 교회 사모님들 네,다섯분이 오셔서 식사 준비와 배식 봉사를 하고 있다. 이렇게 꾸려나가는 대학로 선교회를 통해 식사를 하는 인원은 매일 250~300명이 되고 한달을 계산하면 5000명을 먹이는 셈이 된다. 대학생들의 참여 봉사도 활발하다. 이화여대 학생들의 노숙자들 배식 시 찬양 선교와 삼육 의명대 식품과학과 학생들의 반찬 봉사 역시 자발적으로 꾸준하게 이루어지고 있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고 전한다. “힘든 것은 없습니다. 하나님의 일이기 때문에 가라면 가고 오라면 오는 것이죠. 또 닭고기를 주라하면 닭고기를 드리고 돼지고기를 주라 하면 돼지고기를 드리면 되는 것이니까요. 자기일이라 생각할 수도 있는데 그러면 힘들어집니다. 하나님이 이끌어 주시고 준비해주십니다. 힘들다고 생각하면 그만 둬야겠죠?” 라며 허허 하고 웃는 윤 목사. 그가 이 일을 시작하면서 목회를 포기하였는데 주님은 그에게 목회를 할 기회를 주셨다. 교회를 포기하니까 하나님께서 교회를 하나 주신 것이라고. 2001년부터 여의도 성모 병원에서 기독원목으로 주일마다 간호사와 환자들과 함께 예배를 드리고 있다. 빛과 소금의 실천 “줄 수 있을 때 조금씩이라도 그들에게 자꾸 나누고 도와주는 것, 그것으로 기독교인들의 사명이 이루어지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게 바로 빛이고 소금이잖아요. 지금은 우리가 돕는 역할이고 그들은 받는 역할이지만 역할이 거꾸로 바꿔질 수 있어요. 지금은 우리가 도울 수가 있으니까 도우는 것 뿐이예요. 의인인척 판단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 생각합니다. 있는 그대로 우리 시각으로 보지 말고. 하나님의 시각으로 보면 그들을 이해할 수 있고 포용할 수 있으며 사랑할 수 있습니다.” 라며 대구 사건을 떠올리며 한 끼의 식사가 사회의 범죄를 예방할 수 있고 줄어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나에게 한 것이라고 말씀하신 대로 지극히 작은 자, 가난하고 병든 자, 힘없고 남의 도움 없이 스스로 살아 갈 수 없는 자들이라고. 즉 예수님께서 저녁 식사를 대접하신 분들이 바로 노숙자라고 이야기한다. ‘너희는 이전 일을 기억하지 말며 옛적 일을 생각하지 말라. 보라 내가 새 일을 행하리니 이제 나타낼 것이라 너희가 그것을 알지 못하겠느냐‘ 이 말씀대로 모든 것은 주님께서 계획하시고 새 일을 행하신다는 말씀을 굳게 믿고 윤 목사는 오늘 하루도 노숙자들을 위해 따뜻한 밥을 짓는다. 앞으로의 소망이 있다면 노숙자들이 목욕을 할 수 있는 작은 공간이 마련되어졌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한다. 또 경기가 좋아져서 선한 사람들이 마음 놓고 살 수 있는 그런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윤 목사가 노숙자를 위한 아름다운 마음이 이 가을에 풍성한 열매를 맺는 감사함 이상으로 더욱 더 풍성하게 사역이 이루어져 나가기를 기도한다. 노숙자들이 깨끗이 먹고 난 빈 그릇 빈 그릇 마다 그들이 하루하루를 살아가게 하고 살아 갈 수 있는 조그마한 힘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양파를 썰다가 너무 매워서 흘린 눈물, 밥이 되기까지 기다리는 동안 다 같이 둘러 앉아 사는 이야기, 행복한 이야기를 나누며 느끼는 부드러운 카푸치노 한잔의 맛. 무엇보다 노숙자들이 그토록 기다리던 우거지 국밥 한 그릇의 맛과 그 사랑은 아마 오랫동안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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