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양 차 세계대전 사이의 루마니아

루마니아가 통일을 이룩한 이후 국토의 면적과 인구의 수는 유럽에서 중간 수준에 이르렀다. 1930년 농촌 인구는 루마니아 총 인구의 79.9%이었고 도시 인구는 20.1%이었다.

1919년 루마니아에서는 보통 선거법(legea votului universal)이 처음으로 적용되어 정당조직이 새롭게 재편되었다. 실제로 보통 선거법이 제정된 이후 정당조직의 변화를 살펴보면, 과거에 있었던 정당 중에서 자유당(Partidul Liberal)만이 그대로 존속하였고, 양 차 세계 대전 사이에 이 정당은 루마니아 최대의 정당이 되었다. 1926년에는 트란실바니아의 루마니아 민족당과 이온 미할라케 Ion Mihalache가 이끄는 농민당이 통합하여 루마니아 민족-농민당이 설립되었다.

1921년 대토지 소유를 법적으로 규제하는 농경 법이 제정되어 개인이 소유할 수 있는 토지가 100 헥터로 제한됨으로써 대지주들은 큰 타격을 입었고 그 외의 토지는 농민들에게 분배되었다. 따라서 이 시기에 루마니아에서는 소지주가 많이 등장하였다.

양 차 세계대전 사이 루마니아의 농작물 생산량은 세계 5위였고 주로 밀을 수출하였다. 따라서 루마니아 농업은 제1차 세계 대전 때 파괴된 산업을 일으키는데 커다란 공헌을 하였다. 당시 루마니아의 산업은 급속도로 발전하기 시작하였는데, 그 중에서 화학공업은 루마니아 산업의 중심이 되었다. 하지만 루마니아의 원유 생산량은 1936년을 정점으로 하여 차츰 줄어들기 시작하였다. 1938년 루마니아의 1인당 국민소득은 94달러였다(당시 그리스는 76달러, 헝가리는 108달러, 프랑스는 246달러였다).

그리고 이 시기에 좌·우파 정당들이 등장하면서 루마니아 사회의 긴장감은 차츰 확대되었고 1921년에는 루마니아 공산당이 탄생하였다. 그러나 당시의 루마니아 노동조합은 공산주의자가 아닌 사회 민주주의자들을 지지하고 있었다. 실제로 양 차 세계대전 사이의 루마니아 공산당(P. C. R)은 코민테의 한 분과였다. 즉, 모스크바의 이권을 담당하는 하나의 기관이었다. 1922년 루마니아 공산당은 2,000명의 당원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양 차 대전 사이에는 1,000명으로 줄어들었다. 1924년 루마니아 공산당은 루마니아와 바사라비아의 통일을 인정하지 않는 등 루마니아의 새로운 국경선을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반체제 정당으로 간주되었다.

이 시기에 활약한 우파로는 1927년에 조직된 대천사(大天使) 미하일 Mihail 군단을 들 수 있다. 1930년에 철위단(Garda de Fier)으로 이름이 변경된 이 군단의 대장은 코르넬리우 잘레아 코드레아누 Corneliu Zalea Codreanu였다. 철위단은 급진 민족주의와 반(反)자유주의, 반(反)유태주의, 반(反)공산주의 그리고 반(反)서구주의를 내세운 극우 단체였다. 정치활동과 관련하여 철위단원들은 정부가 공포한 몇몇 법안들을 반대하였다. 또한 그들은 1933년 12월과 1939년 9월에는 각각 루마니아 수상인 이온 두카 Ion C. Duca와 당시의 유명한 정치가인 아르만드 컬리네스쿠 를 살해하였다. 1937년 철위단원들은 총선에서 15.58%의 투표율을 획득하여 3번째 당으로 부상하였다.

1919년 루마니아가 통일된 이후 루마니아에서는 헝가리인, 세쿠이인, 독일인, 유태인 등 많은 소수민족들이 루마니아인들과 함께 거주하였으며, 전체 인구의 73%가 정교회를 믿고 있었다. 루마니아 정부는 처음부터 소수 민족들과 관련한 많은 문제에 직면하였고, 그중 헝가리인들과의 문제가 가장 심각하였다. 헝가리인들은 1920-1940년 사이에 47번에 걸쳐 유엔에 청원서를 제출하였다. 특히, 그들은 당시에 실시된 토지개혁이 그들에게 부당하게 적용되었다고 주장하면서 1923년에서 1930년 사이에 루마니아 정부를 유엔에 고소하였다. 루마니아의 소수 민족문제는 독일에서 히틀러가 즉위하고 난 이후에 더욱 더 심각하게 대두되었다.

외교정책에서, 루마니아는 우선 동맹국인 프랑스와 영국과 긴밀한 유대관계를 가지고 있었다. 1921년에는 러시아에 공동으로 대처하기 위하여 폴란드와 협정을 맺었고, 그 이후 체코와 유고 그리고 이탈리아와도 협정을 맺었다. 루마니아 외교사에서 유명한 인물로는 니콜라에 티툴레스쿠 Nicolae Titulescu를 언급할 수 있다. 그는 두 번에 걸쳐 유엔에서 의장직을 역임하였고 1934년에는 소비에트 연방과 외교 관계를 재개하였다.

양 차 세계대전 사이 루마니아는 문화 분야에서 많은 발전을 이룩하였다. 이 시기에 루마니아에서는 학교의 수가 많이 증가하였고 또한 의무 교육제도도 4학년에서 7학년으로 확대되었다. 따라서 학생들의 수는 자연히 증가하였다. 이 시기에는 다음과 같은 새로운 문화세대가 등장하였다: 조각 - 콘스탄틴 브른쿠쉬, 시 - 이온 바르부 Ion Barbu, 투도르 아르게지 Tudor Arghezi, 루치안 블라가 Lucian Blaga, 트리스탄 짜라 Tristan Tzara, 희곡 - 에우젠 이오네스쿠 Eugen Ionescu, 음악 - 제오르제 에네스쿠 George Enescu, 문학 - 미르체아 엘리아데 Mircea Eliade, 철학 - 에밀 치오란 Emil Cioran.

10. 독재체재

카롤 II세의 독재체제

1930년 카롤 II세는 왕위를 계승하였다. 그는 의회를 중심으로 하는 정치제도를 전제 군주제로 바꾸었고 기존의 정당들을 폐지시켰다. 그리고 1938년 2월 20일 루마니아에서는 3권 분립을 폐지하고, 사형제도를 도입하는 등 새로운 헌법이 제정되었다.

독재체제가 출현하면서 기존의 구 정당들은 사라졌고 그 이후 민족 부흥전선이 등장하였다. 민족 부흥전선에는 모든 사람들이 등록할 수 있었지만, 일차적으로 정부관료들이 가입하였다. 루마니아의 역사학자인 블라드 제오르제스쿠 Vlad Georgescu는 민족 부흥전선을 루마니아 역사상 최초의 대중 정당으로 간주하고 있다.

카롤 II세는 페르디난드 왕과 마리아 사이의 첫 번째 아들로 총명하였지만 결단력이 부족하였다. 이러한 성격상의 문제 때문에 그 이후 그는 루마니아 왕실과 정치인들에게 심각한 문제를 안겨주었다. 그는 왕위를 계승할 세자였기 때문에 일반 여인과 결혼 할 수 없었지만 1918년에 루마니아 장군의 딸인 지지 람브리노 Zizi Lambrino와 결혼하였다. 따라서 주위의 사람들은 그에게 파혼할 것을 종용하였고, 결국 카롤 II세의 동의하에서 루마니아 궁중회의는 파혼을 결정하였다. 이로부터 1년 후 그는 생각을 바꾸어 자신이 지지 람브리노의 남편이라고 주장하였다. 따라서 그의 아버지 페르디난드 Ferdinand는 그를 전쟁터로 보냈고, 그 이후에는 이집트와 인도 그리고 일본으로 보내 오랜 기간동안 여행을 하게 하였다. 여행에서 돌아온 카롤 II세는 엘레나 Elena(엘레나는 그리스의 왕 콘스탄틴Constoantin과 왕비 소피아 Sofia 사이에서 태어났다)와 결혼하였다. 결혼 후 그들은 루마니아 왕위를 계승 할 미하이 Mihai를 낳았고 1928년에는 이혼을 하였다. 이혼을 한 카롤은 그 이후 유태계 이혼녀 엘레나 루페스쿠 Elena Lupescu와 가깝게 지내다가 결국에는 그녀와 함께 이탈리아로 도주하였다.

페르디난드 왕이 죽은 해인 1927년부터 1930년까지 미하이는 루마니아의 왕위를 계승하였다. 하지만 그는 당시 미성년자이었기 때문에 총주교인 미론 크리스테아 Miron Cristea를 중심으로 하는 섭정(攝政)정치가 시작되었다. 한편, 이탈리아로 도망간 카롤 II세는 생각을 바꾸어 그의 아내인 엘레나 루페스쿠와 함께 1930년에 루마니아로 귀국하여 왕위에 즉위하였다. 당시 루페스쿠는 카롤을 좌지우지하고 있었다. 따라서, 카롤 II세는 1938년 엘레나 루페스쿠가 이끄는 비밀고문단을 기반으로 하여 독재체제를 구축하였다.

한편, 이 시기에는 사회적으로 부패가 만연하였다. 왕은 군대와 경찰력의 지원을 받으면서 국가를 통치하였지만 그 이후 철위 단원들과 대립하였다. 그는 철위단의 대장인 코르넬리우 젤레아 코드레아누와 그 외 수 백 명의 철위 단원들을 살해하였다. 이에 대한 보복으로 철위단원들은 1939년 9월 21일에 루마니아 수상인 아르만드 컬리네스쿠 를 암살하였다.

외교분야에서 카롤 II세는 1939년 3월 독일과 통상 조약(tratatul comercial)을 체결하였다. 이 조약으로 루마니아의 경제는 차츰 독일에게 종속되는데, 당시 독일의 관심은 루마니아의 석유에 있었다. 루마니아가 독일과 통상 조약을 맺자 프랑스와 영국은 이에 반발하였고, 그들도 루마니아와 통상 협정(acordul comercial)을 체결하였다. 프랑스와 영국은 1919년 루마니아가 통일을 이룩할 당시에 루마니아의 독립을 인정하였지만 루마니아가 당시에 회복한 영토, 즉 루마니아의 새로운 국경선은 인정하지 않았다.

1939년 8월 23일 리벤트롭 Joachim von Ribbentrop과 몰로토프 Molotov사이에 체결된 조약으로 루마니아의 영토는 독일과 러시아 등 주변국들로부터 완전히 고립되었다. 이 조약에서 러시아는 루마니아의 바사라비아 지방과 부코비나 지방 그리고 헤르짜  지역을 병합하기로 되어 있었다. 이로부터 3일 동안 6월 26일 러시아는 루마니아에게 이 지역에서 48시간 이내에 군대를 철수하라고 최후 통첩을 하였다. 따라서 루마니아 정부는 아무런 저항도 없이 러시아의 요구를 받아 들여야만 했고, 결국 러시아의 15개 공화국의 하나인 몰도바 공화국이 형성되었다. 그 이후 이 지역에서는 루마니아인에 대한 러시아의 차별적인 정책이 시행되었다. 또한 러시아는 몰도바 공화국에 거주하는 루마니아인들을 시베리아로 이주시킨 동시에 러시아인들을 이 지역으로 이주시켰다.

히틀러의 압력으로 루마니아는 도브로제아 Dobrogea 지방의 남부지역에 있는 카드릴라테르 Cadrilater 지역을 불가리아에게 양도하였다. 한편, 루마니아-헝가리 회담 그대로 헝가리가 트란실바니아 지방을 요구하였기 때문에 결국 회담은 결렬되고 말았다. 따라서 히틀러는 그의 동맹자인 무솔리니와 함께 이 문제에 개입하기 시작하였는데, 1940년 8월 30일 그들은 '비엔나 명령(Dictatul de la Viena)'을 체결하여 트란실바니아의 북부지역과 서부지역(43,500km²)을 헝가리에 양도하라고 강요하였다. 따라서 루마니아는 독일과 러시아에 아무런 저항도 해보지 못하고 영토를 헝가리에게 양도하였다.




안토네스쿠 Antonescu 장군의 독재체제



이러한 상황 속에서 카롤 II세는 이온 안토네스쿠 Ion Antonescu 장군을 다시 임명하였다. 안토네스쿠 장군은 루마니아 정부가 바사라비아 지방을 러시아에게 양도할 당시, 정부에게 항의하는 차원에서 사임을 하였는데, 사실상 그는 진정한 루마니아의 민족주의자이자 애국자였다. 루마니아는 당시에 처한 국제적인 위기 상황 속에서 러시아보다는 독일과 연합을 하였다. 이 시기에 서유럽의 국가들은 안토네스쿠 장군을 유태인을 학살한 히틀러와 동맹을 맺은 사람으로 잘못 이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유태인을 독일과 폴란드의 수용소에 보내는데 반대하였고 독일의 나치즘도 전혀 호응하지 않았다.

안토네스쿠 장군은 그가 정권을 잡은 후 24시간도 되지 않아 카롤 II세에게 왕위를 사임할 것을 요구하였고 그 이후 1940년 9월 6일 미하이 Mihai가 왕위에 올랐다. 안토네스쿠 장군은 그의 독재 체제에 반대하던 정당들에게 지원을 요청하였지만 그의 요구는 거절되자 철위단(鐵衛團)의 지원을 요청하였다. 따라서 철위단의 대장인 호리아 시마 Horia Sima는 루마니아의 부수상이 되었고 몇 명의 철위단원들은 장관으로 임명되었다.

1940년 9월 14일 루마니아는 "철위단 민족국가"임을 선포하였고 안토네스쿠는 국가의 최고 통치자가 되었다. 1940년 10월 10일 안토네스쿠는 독일 군대가 루마니아로 들어오는 것을 허락하였고, 12월 10일 베를린에서는 루마니아 독일간에 새로운 협정이 체결되었다. 이 협정으로 루마니아의 경제는 독일 경제에 종속되었다. 한편 안토네스쿠와 철위 단원들 사이에는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불화가 일기 시작하였고 철위단원들은 대대적인 암살을 시도하였다. 그들은 1940년 11월 26일 밤 질라바 Jilava에 수감되어 있던 66명의 죄수들을 살해하였고, 27일에는 경제학자 비르질 마드제아누 Virgil Madgeanu와 루마니아 최고의 역사학자인 니콜라에 이오르가 Nicolae Iorga를 암살하였다. 따라서 안토네스쿠 장군은 1941년 1월 22일에 히틀러의 동의를 받아 철위 단원들을 척결하기 시작하였다. 즉, 안토네스쿠 장군은 철위 단원들을 체포하거나 살해하였고 그들 중 일부는 독일로 보냈다.

1941년 7월 22일 독일은 러시아를 침공하기 시작하였고, 안토네스쿠 장군이 이끄는 루마니아 군대도 프루트 강을 건너 러시아에 진격하였다. 루마니아는 러시아와 힘든 전투를 치른 끝에 러시아에 빼앗긴 영토를 회복하였다. 미하이 왕은 안토네스쿠 장군에게 러시아와의 전투를 중단하라고 요구하였지만 그는 미하이 왕의 요구를 거절하였고 러시아로 계속 진격하였다. 스탈린그라드 Stalingrad(1942-1943)와 쿠반 Kuban 강 유역의 전투(1943)에 참여하였던 루마니아 군대는 크리메아 Crimea 지역을 정복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지만 루마니아도 많은 피해를 입었다. 러시아의 평원에서 전투가 진행 될 당시, 안토네스쿠 장군은 히틀러에게 '비엔나 명령(Dictatul de la Viena)'을 철회할 것을 수 차례에 걸쳐 요구하였지만 그의 요구는 관찰되지 않았다.

1943년 1월 1일 미하이 왕은 "합법적인 평화"를 원한다고 선포하였고, 루마니아의 외무부 장관은 영국, 미국과 접촉하기 시작하였다. 비록 루마니아가 영국, 미국 등 세계 강대국들과 회담을 개시하였지만, 이들 국가들은 루마니아의 유전지역인 발레아 프라호베이 Valea Prahovei에 공중 폭격을 시작하였고, 1944년 4월 4일에는 부쿠레쉬티에 폭격을 감행하였다. 또한 이 당시 루마니아는 러시아의 루마니아 침공을 방지하기 위하여 영국과 미국에게 휴전을 제안하였지만 1944년 4월 이미 러시아 군대는 루마니아에 진입하기 시작하였고 영국과 미국은 이것을 용인하였다.

1944년 8월 23일 미하이 왕은 안토네스쿠 장군을 체포하였다. 한편 러시아 군대는 8월 20일부터 몰도바 지방으로 침공하기 시작하였다. 당시 루마니아는 독일이 주도하는 전쟁에서 즉각 빠져 나오거나 아니면 러시아의 점령 하로 들어가야 하는 딜레마에 빠져 있었다. 이러한 딜레마는 1944년 8월 23일에 있었던 무력 쿠테타로 해결되었고, 루마니아는 독일과의 연합을 파기하고 연합국과 제휴하였다. 위의 사실과 관련하여 1944년 9월 18일 뉴욕의 라디오 방송국은 다음과 같이 보도하였다 : "루마니아에서 독일의 파멸은 발칸반도의 독일의 운명을 결정지었다. 루마니아가 연합국과 제휴함으로써 독일은 유럽의 남-동부지역에서 공격을 받았고, 또한 헝가리는 패망 직전에 있었다. 부다페스트와 프라하 그리고 비엔나를 잇는 루마니아의 남-서부지역은 열려있었다. 루마니아는 세계 대전을 빨리 종결시키는데 중요한 공헌을 하였다."

1944년 8월 23일 저녁 루마니아 왕은 러시아와의 전쟁을 종결하라고 명령을 내렸지만, 러시아 군대는 루마니아의 몰도바 지방으로 진군하기 시작하였다. 한편, 루마니아 군대는 문테니아와 트란실바니아 지방에서 루마니아의 다른 지역에서 퇴각하는 독일 군과 싸우고 있었다. 며칠 후 러시아 군대는 부쿠레쉬티를 점령하였다. 따라서 부쿠레쉬티는 독일 군에 해방되고 난 이후 며칠만에 또 다시 러시아 군대에게 점령되었다.

1944년 9월 13일 루마니아는 러시아와 휴전협정을 체결하였다. 이 협정에 따라 루마니아는 러시아에게 전쟁 피해 보상금으로 3억 달러를 지불해야 했고, 독일 군에 대항한 전투에 참여해야 했다. 그러나 당시의 루마니아 상황은 이보다 더 가혹하였다. 현실적으로 루마니아 경제는 러시아에 완전히 종속되었다. 루마니아의 모든 군사시설과 항구, 군함 등은 러시아의 영향하에 있었고, 러시아는 10만 명의 루마니아 노동자를 선발하여 러시아로 보냈다.




공산주의 독재체제



1944년 10월 스탈린과 처칠 간의 협상이 있었다. 이 협상에서 소비에트 연방은 루마니아에서 90%에 해당하는 영향력을 보장받았고 나머지 10%는 연합국인 프랑스와 영국 그리고 미국에게 돌아갔다. 그리스의 경우는 이와 정반대였다(소련-10%, 연합국-90%). 실제로 루마니아는 군사력과 경제력을 총 동원하여 독일과 헝가리와의 전쟁에 참여하였다. 즉, 루마니아 군대는 체코슬로바키아와 오스트리아까지 진격하였고, 제2차 세계 대전 중 루마니아인의 인명 피해는 사상자와 부상자, 실종자를 포함하여 약 80만 명에 이르렀지만, 결국 루마니아는 러시아에게 점령되었다.

1944년 스탈린은 "어떤 지역을 점령한 국가는 자국의 고유한 사회제도를 그 지역에 정착할 수 있다"는 원칙을 선언하였다. 스탈린의 의도는 유럽의 중·동부지역에서 소비에트 화를 이룩하는 것이었고 이것은 공산당을 설치하여 권력을 잡음으로써 이루어졌다. 이것과 관련하여 루마니아 역사가 블라드 제오르제스쿠는 "엘바 Elba에서 비스툴라 Vistula와 다뉴브강에 이르기까지 모든 지역에서 러시아에서 도입된 공산당은 권력을 쟁취하였고, 테러와 폭력에 의해 루마니아 전통사회는 붕괴되었다. 서구인들은 자신들의 눈앞에서 공공연하게 자행되고 있는 이러한 역사적인 사건들을 무기력하게 쳐다만 보고 있었다."고 기술하고 있다.

부쿠레쉬티에 있던 루마니아의 서너테스쿠 장군과 러데스쿠 장군은 척결되었고, 모스크바에서 파견된 안드레이 브쉰스키 는 미하이 왕을 종용하여 페트루 그로자 Petru Groza로 하여금 국가를 통치하게 하였다. 이렇게 하여 1945년 3월 6일 페트루 그로자 정부가 설립되었다. 러시아의 신임 하에서 페트루 그로자 정부는 트란실바니아의 북부지역을 통치하는 동시에 대대적인 내각 개편을 하였다. 이 당시 루마니아에서는 처음으로 정치범 수용소가 설립되었다.

미하이 I세는 그로자 정부의 퇴각을 요구하였지만 그로자는 거절하였고, 이에 미하이 I세는 그로자 정부가 공포하는 법령에 서명을 하지 않았다. 따라서 차츰 국내의 긴장감은 커져갔고 미하이 왕의 생일인 1945년 10월 8일에는 급기야 공산주의자들과 반공산주의자들 사이에 무력충돌이 일어났다.

1945년 12월 모스크바에서는 러시아, 미국 그리고 영국 사이에 회담이 있었다. 이 회담의 결정에 따라 민족 농민당과 자유당의 대표자들이 국정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고, 1946년 2월 4일에는 서구의 국가들이 페트루 그로자 정부를 인정하였다.

1947년 루마니아가 조인한 파리 평화협정은 바사라비아 지방과 부코비나 지방의 북부지역을 양도하고, 루마니아에 주둔하는 소비에트 군대를 합법적으로 인정하는 등 루마니아에게 여러 가지 어려운 조건들이 부과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1946년 10월 19일에 있었던 루마니아 의회 선거에서 공산주의자들은 의회를 장악하기 위하여 선거를 조작하였다. 1944년 8월 1,000명이었던 루마니아 공산당원의 수는 1946년에 급격히 증가하여 717,490명이 되었고, 1947년 12월에는 803,831명에 이르렀다. 당시 루마니아 공산당의 총비서(prim-secretar)는 게오르게 게오르기우-데즈 Gheorghe Gheorghiu-Dej이었지만 실질적인 통치는 모스크바에서 파견된 공산주의자들이 맡았다. 공산주의자들의 지원 하에 그로자 정부는 반대당을 숙청하기 시작하였다. 따라서 1946년 6월 안토네스쿠 장군은 살해되었고, 1947년 10월 6일에는 공산당과 제휴하기를 원하던 자유당원(당수: 게오르게 터터러스쿠 들이 파면되었다. 또한 1947년 6월에는 많은 민족 농민당원들이 체포되어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1947년 12월 30일 미하이 I세는 공산당의 압력으로 퇴위하였고, 그 이후 루마니아 인민 민주공화국이 설립되었다. 따라서 1948년 6월 11일부터 루마니아에서는 국유화 사업이 시작되었는데, 루마니아의 주요 기업이나 은행뿐만 아니라 그 외의 건물들이 국가 소유로 되면서 국유화 비율은 급격히 증가되었고 산업은 강제적으로 발전되었다. 모든 것이 계획화되어 있었기 때문에 루마니아 국민들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모든 노동분야에서 착취되었다.

1948년에서 루마니아 비밀경찰인 세쿠리타테 Securitate가 창설되었다. 세쿠리타테가 창설된 초기에는 루마니아 고급장교의 역할을 담당하던 소련의 비밀 첩보원이 소속되어 있었다.

1949년 농업 집단화 사업이 시작되었다. 농업 집단화 사업이 시작된 처음 몇 년 동안에는 집단농장에 등록하기를 거부한 8만 명의 농민들이 체포되었다. 또한 이 시기에는 공산당의 정책에 반대하던 구(舊)정치가들이나 신문기자, 군인, 변호사 등 수만 명의 사람들이 체포되었고 그 중 많은 사람들이 살해되었다.

루마니아의 교육제도는 소련 연방의 교육제도를 모델로 삼아 개편되었다. 학교 교과서는 러시아어로 번역되었고 러시아어는 모든 학년에서 배우는 필수 언어가 되었다. 특히, 루마니아 역사는 마르크스-레닌주의 이론 하에서 재조명되었고 소비에트 연방과 우호관계라는 기준 하에서 다시 집필되었다. 뿐만 아니라 이 시기에는 소비에트 연방의 엄격한 검열제가 실시되었는데, 이로 인하여 1948년에는 8천 권에 해당하는 서적과 잡지의 출판이 금지되었다. 이 시기부터 루마니아에서는 사회주의나 국제 공산주의 사상을 국민에게 주입하고 찬양하는 운동이 시작되었다.

루마니아는 소련에 종속된 다른 국가들과 함께 경제 협력과 관련한 우호조약을 체결하였다. 이것을 기초로 하여 1949년에는 모스크바에서 '경제상호원조회의(Consiliul de Ajutor Economic Reciproc)'가 창설되었다. 뿐만 아니라 이들 국가들은 군사 면에서도 우호조약을 체결하는데, 이것을 기초로 하여 1955년 5월에는 '바르샤바 조약기구'가 창설되었다. 당시 루마니아는 바르샤바 조약기구의 창립 회원국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은 동·서로 갈라졌다. 루마니아는 사회주의 진영으로 불리는 동부 유럽에 속해 있었다. 1958년 게오르게 게오르기우-데즈 Gheorghe Gheorghiu-Dej는 당시 소련의 최고 통치자인 후르시쵸프를 설득하여 소련 군대를 루마니아 지역에서 철수시켰다.

조국과 민족이라는 개념은 공산주의나 국제 공산주의로 대체되었지만 `60년대에 들어서면서 루마니아 정치범들이 석방되는 등 사회적인 분위기는 `50년대 보다 상대적으로 완화되었다.

게오르게 게오르기우-데즈는 1965년 3월 예기치 않게 사망하였고, 그 이후 니콜라에 체아우쉐스쿠가 최고 통치권을 맡았다. 1918년 1월 26일 올테니아 Oltenia 지방의 스코르니체쉬티에서 빈농의 아들로 태어난 니콜라에 체아우쉐스쿠는 일시적으로 공산당 혁명운동에 참여하였고 1936-1944년 사이에는 수 차례에 걸쳐 체포되었다. 하지만 그는 차츰 게오르게 게오르기우-데즈와 교섭을 가지기 시작하면서 공산당 내에서 급속한 계급상승을 이루었다. 그는 짧은 기간동안 루마니아 공산당 중앙위원회(Comitetul Central)의 위원과 농림부 차관이 되었고 1950-1952년 사이에는 루마니아 군(軍)의 상급 지휘부를 통솔하면서 국방부 차관이 되었다. 또한 1955년에는 루마니아 공산당 중앙위원회(Comitetul Central)의 비서직을 역임하였다. 두뇌가 명석하고 인내력이 많았던 체아우쉐스쿠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국가와 당의 절대 권력을 잡기 위하여 끈질기게 노력하고 인내하였다. 24년 동안 루마니아 대통령직을 맡았던 체아우쉐스쿠는 루마니아 대통령 중에서 외국 인사들을 가장 많이 만난 동시에 외국 방문도 가장 많이 한 인물로 남아있다. 이 시기에 그는 국가의 모든 것을 동원하여 자신의 우상숭배에 몰두하였다, 체아우쉐스쿠의 아내인 엘레나 체아우쉐스쿠는 체아우쉐스쿠의 정책 결정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1968-1970년 사이에 루마니아의 새로운 헌법이 제정되었다. 따라서 러시아는 루마니아의 학교 교육에서 차츰 사라지게 되었고 소련에 의해 왜곡된 루마니아의 역사도 새롭게 조명되었다. 또한 루마니아 공산당은 과학자나 문학 작가, 예술가 등이 당원으로 가입하게끔 유도하였고, 그들은 경력을 인정받기 위해서 우선 공산당에 가입해야만 했다.

`70년대에 루마니아는 농업에서 풍작을 이룩하였지만 농업 생산물의 수출량은 감소하여 상대적으로 루마니아인들이 풍족감을 느꼈고 국내에서의 사회적인 긴장감은 많이 완화되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미국의 닉슨 대통령과 프랑스의 드골 대통령이 루마니아를 방문하여 루마니아에 경제적인 지원을 하였다. 1967년 루마니아는 독일과 외교관계를 체결하였고 그 이후에는 이스라엘과 외교 관계를 맺었다. 차츰 루마니아는 바르샤바 조약기구의 군사훈련에 불참하는 동시에 루마니아에서 외국군의 군사훈련을 거부하였다.

루마니아가 모스크바의 정책에서 멀어지게 된 가장 결정적인 사건으로는, 우선 1968년 루마니아가 소련의 체코 침공을 반대하면서 전쟁 불참한 것을 들 수 있고 그 다음으로는 바르샤바 조약기구의 군사적인 행위를 국제사회에서 공식적으로 비난한 것이었다. 당연히 루마니아의 이러한 행위는 서구유럽으로부터 많은 호응을 얻었다. 국내 정치와 관련하여 체아우쉐스쿠가 내세운 슬로건은 "각 국가의 내정에 대한 외국의 불간섭"이었다.

1981-1990년 사이 루마니아의 경제 성장률은 9.6%이었다(당시 세계 경제 성장률은 5%이었다). 이 시기에 루마니아 산업은 급속한 발전을 이룩하는데, 그 중에서 괄목할 만한 발전을 이룬 분야는 화학공업과 기계공업, 건축재료공업 그리고 금속공업이었다. 1982년의 루마니아 산업 총생산은 1950년에 비해 34배나 성장하였다. 그러나 루마니아의 경제는 다뉴브강과 흑해를 잇는 운하건설, 석유화학공업과 제철공업 분야에서 거대한 콤비나트 건설 등 체아우쉐스쿠의 대규모 사업으로 불균형을 초래하였다. 이 외에도 체아우쉐스쿠는 체르나보더 에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하였고, 비행기나 헬리콥터, 선박 그리고 자동차 생산에도 참여하였다.

`70년대 말 루마니아의 농촌 인구는 도시에서 일자리가 많이 생김에 따라 감소하였다. `70-`80년대에 동유럽의 모든 국가들은 서구의 시장경제 체제와 유사한 경제개혁을 실시하였지만 이것은 수요와 공급의 원칙을 무시한 계획경제로서 다른 동유럽의 경제 개혁과는 본질적으로 달랐다. 따라서 루마니아인들은 경제 분야에서 뿐만 아니라 사회-정치적인 분야에서 파업에 들어갔고 국가의 위기감은 차츰 심화되었다.

중국과 북한을 방문한 체아우쉐스쿠는 1971년 7월 새로운 당 정략을 만들었다. 이 당시 수상 이온 게오르게 마우레르 Ion Gheorghe Maurer는 체아우쉐스쿠의 새로운 당 정략에 반대하여 축출되었는데, 그는 당 정략에 있는 루마니아 사회의 발전, 특히 산업의 발전과 관련한 항목에서 체아우쉐스쿠에게 반대하였다. 1972년 루마니아의 대통령인 동시에 공산당 총서기관인 체아우쉐스쿠는 그를 제외한 어떤 특정인에 권력이 집중되지 않도록 자주 인사이동을 하는 원칙을 채택하였다. 따라서 공산당 고위간부들은 체아우쉐스쿠에 종속되기 시작하였다. 1973년 체아우쉐스쿠는 그의 아내 엘레나를 루마니아 공산당 집행위원회의 위원으로 임명하였고, 그 이후 엘레나는 단기간 동안에 루마니아 공산당 당 서열 2위가 되었다.

1974년 루마니아는 대통령 중심제로 되었다. 이것은 북한의 정치체제와 유사한 것으로 체아우쉐스쿠 개인의 우상숭배에 기초를 둔 정치체제였다. 차츰 체아우쉐스쿠 일가는 국가의 모든 주요 관직들을 독점하였고 체아우쉐스쿠는 1985년 소련의 고르바쵸프가 제창한 '페레스트로이카'와 '글라스노스트'를 수용하지 않고 대신에 북한을 모델로 삼아, 예를 들면 "인민궁전(Casa Poporului)"과 같은 대규모의 건축물을 짖는데 열중하였다. 또한 그는 대도시 중심부의 역사적인 가치가 있는 고대 건물들을 허물었고, 집권말기에는 "농촌의 체계화(sistematizarea satelor)"사업을 실시하였다. 즉, 체아우쉐스쿠는 농민들을 위해 농촌에 아파트를 건설하는 등 농촌을 소규모의 도시로 바꾸면서 농촌 마을을 체계화하려고 시도하였지만 이 사업은 전통적인 루마니아 농촌 마을을 붕괴시키는 부작용을 야기시켰다.

체아우쉐스쿠 집권 말기에는 루마니아 국민들의 인권 침해는 점점 더 빈번해졌다. 체아우쉐스쿠 정권에 반대하던 모든 사람들은 세쿠리타테의 심문과 폭행을 당하거나 감옥에 수감되었다. 물론 그들 중 많은 사람들은 처형되었고 일부는 외국으로 추방되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루마니아 국민들의 불만은 커져만 갔다 : 1977년 8월에는 발레아 지울루이 Valea Jiului에서 광부들의 동맹 파업이 있었고, 1987년 12월에는 브라쇼브에서 노동자 파업이 있었다.


1989년 루마니아 혁명이 일어나기 몇 년 전부터 루마니아는 체아우쉐스쿠의 독재정치로 인하여 서구유럽에서 완전히 격리되었다.




11. `89년 루마니아 혁명



루마니아 혁명의 불꽃은 1989년 12월 16일 티미쇼아라에서 시작되어 12월 21일에 부쿠레쉬티로, 그 이후에는 루마니아 전역으로 확산되었다. 그 이후 1989년 12월 25일에는 체아우쉐스쿠와 그의 아내 엘레나가 처형되었다. 혁명기간 중 희생된 루마니아인의 수는 1,000명 이상이지만, 아직도 많은 부분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로 남아있는데, 그 이유는 체아우쉐스쿠가 처형되고 난 이후 많은 사람들이 권력 쟁취를 위하여 서로 다투는 도중 많은 자료들이 상실되었기 때문이다.

루마니아 시민혁명으로 루마니아에서는 민주주의가 재확립되었다. `89년 12월부터 자유선거가 치러지기까지 구국전선은 모든 분야에서 권력을 장악하고 있었다. 구국전선의 중심인물은 이온 일리에스쿠 Ion Iliescu였다.

루마니아 대통령 선거일이 1990년 5월 20일로 결정되자 반(反)구국전선과 친(親)구국전선 간의 충돌이 있었다. 따라서 구국전선은 광부들의 힘을 빌려 민주주의를 갈망하는 루마니아 국민들의 열기를 저지하였다. 당시 부쿠레쉬티 대학광장에는 공산주의를 반대하는 루마니아인들의 시위가 있었고, 일리에스쿠는 시위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광부들을 부쿠레쉬티로 불러 이들을 강제로 해산시켰다.

`90년 대통령 선거에는 11개의 정당들이 참여하였고, 이온 일리에스쿠는 85%의 높은 득표율로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뿐만 아니라, 구국전선은 의회 선거에서도 하원에서 66%, 상원(Senat)에서 67%에 해당하는 의석을 확보하였고 1992년 2월에 있었던 지방선거에서도 일리에스쿠가 이끈 구국전선이 압도적인 승리를 이루었다. 이로부터 2년 후인 1992년 9월에 있었던 대통령선거와 의회선거에서도 1990년에 당선된 사람들이 재당선되었고 이 당시 구국전선의 명칭은 민주 구국전선으로 개편되었다.

사실상, 구국전선 내에서 분열의 조짐은 1990년 여름, 일리에스쿠에 의해 종용된 루마니아 광부들은 페트레 로만 Petre Roman을 수상직에서 해임하면서 시작되었다. 따라서 페트레 로만은 그의 주동자들과 함께 구국전선을 탈당하여 새로운 정당인 구국전선-민주정당을 창설하였다. 반면에 일리에스쿠를 추종하며 구국전선에 남아 있었던 사람들은 정당 명칭을 구국전선에서 민주 구국전선(FDSN)으로 바꾸었던 것이다.

이 당시의 야당들은 주로 과거에 존재했던 정당들이었다. 대표적인 정당들로는 전국 기독교 농민 민주당과 국민 자유당을 언급할 수 있다. 전국 기독교 농민 민주당의 당수는 루마니아의 민족주의자인 코르넬리우 코포수Corneliu Coposu였다.

민주구국전선은 대부분 구(舊)공산주의자들로 구성되어있었다. 민주 구국전선이 정권을 장악하고 난 이후 루마니아에서는 국민 총생산의 감소, 높은 실업률과 인플레이션, 수출의 감소, 외국자본의 국내유치 실패 등 전반적으로 경제 상황은 악화되었다. 이처럼 루마니아는 사회주의에서 자본주의로 이행하는 동안에 많은 어려움에 직면하였는데, 특히 부패와 정경유착은 루마니아 경제성장을 둔화시켰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당시 루마니아는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로 이행하는데 아무런 준비도 갖추지 않고 있었고 루마니아인들의 생활수준도 현격하게 감소하였다. 물론 이러한 혼탁한 기회를 틈타 개인의 이익에만 열중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혼란스런 시기에서도 긍정적인 측면도 있었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사상과 언론의 자유가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1991년 11월 21일 루마니아에서는 새로운 헌법이 제정되었다. 1992년 9월 27일 루마니아에서 거주하고 있던 헝가리인들은 헝가리 민주연합이라는 정당을 설립하였다.

이 시기에 루마니아 주위의 다른 국가들은 차츰 분열의 길로 가고 있었다: 1991년 - 유고슬라비아, 그 이후 러시아 그리고 몰도바 공화국 - 구(舊)바사라비아 - 은 1991년 8월 27일 독립국가임을 선포하였다.

1993년 2월, 루마니아는 유럽공동체와 제휴 협정을 체결하였고, 1993년에는 유럽 평의회(Consiliul Europei)의 회원국이 되었다. 또한 같은 해 루마니아는 NATO 가입 의사를 밝혔다.

1992년 대통령선거 이후 일리에스쿠는 니콜라에 버커로이우를 수상으로 임명하였지만 버커로이우는 경제와 사회 분야에서 개혁을 단행하지 않고 지연시켰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루마니아의 전통적인 정당들은 새로운 민주 정당들과 함께 연합하였다. 당시의 대표적인 야당은 루마니아 민주회의와 페트레 로만이 이끄는 민주당이었다. 특히 당수가 코르넬리우 코포수 Corneliu Coposu인 루마니아 민주회의는 전국 기독교 농민 민주당과 국민 자유당(PNL) 그리고 헝가리 민주연합(UDMR)이 연합한 정당이었다.

1992년 대통령 선거에서 정권을 잡는데 실패한 루마니아 민주회의(CDR)는 이로부터 4년 후인 1996년에 있었던 지방선거에서 승리를 거두었을 뿐만 아니라 대통령 선거에서도 부카레스트 대학교 총장 출신으로 루마니아 민주회의가 추대한 에밀 콘스탄티네스쿠 Emil Constantinescu가 당선됨으로써 이온 일리에스쿠와 그가 이끌던 루마니아 사회민주당 - 민주 구국전선에서 루마니아 사회민주당으로 명칭이 바뀌었다 - 은 참패하였다. 실제로 에밀 콘스탄티네스쿠 대통령은 선거에서 사회 민주동맹과 헝가리 민주연합(UDMR)으로부터 많은 지원을 받았다.

루마니아 의회 선거에서도 연립내각인 루마니아 민주회의와 사회 민주동맹이 승리를 거두었다. 사회 민주동맹은 페트레 로만이 이끄는 민주당과 세르지우 쿠네스쿠가 이끄는 루마니아 사회-민주당이 연합한 정당이었다.

대통령에 당선된 에밀 콘스탄티네스쿠는 빅토르 치오르베아 Victor Ciorbea를 수상으로 임명하였다. 에밀 콘스탄티네스쿠와 빅토르 치오르베아는 반(反)공산주의자인 코르넬리우 코포수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코포수는 체아우쉐스쿠 시대 때 반(反)공산주의 운동을 펼치다 17년 동안 감옥생활을 하였다.

`96년 대통령선거에서 루마니아 민주세력이 승리하게 된 것은 무엇보다도 야당 세력을 분산하지 않고 한 곳에 결집한 코포수의 역할 때문이었다. 비록 코포수는 `96년 대통령 선거가 실시되기 이전인 1995년 11월에 세상을 떠났지만 오늘날 그는 진정한 루마니아 민족주의자로 평가받고 있다.

`96년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세력이 구(舊)사회주의 세력을 밀어내고 승리한 것은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코포수의 역할을 들 수 있다. 하지만 이것 외에도 `89년 혁명 이후 정치적으로 계속 성숙해 온 루마니아인들의 민주의식도 구사회주의 세력을 밀어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는 사실도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